가자 지구 폭격...인도주의는 어디로...
나이 들수록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어릴 땐 전쟁이 뉴스 속 이야기일 뿐이었다.
총성이 울려 퍼지는 화면 속 장면들은 마치 영화 같았고,
그 속에서 사람들이 다치는 건 현실보다 허구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중년이 되고, 가족을 갖고, 병원 대기실에서 부모님의 건강을 걱정하며 기다리는 시간을 겪으면서,
전쟁이라는 단어가 피부에 와 닿는 방식이 달라졌다.
최근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비극적인 사건들, 특히 병원마저 공격받고 환자들과 의료진이 갇혀 있다는 소식은 마음 한 구석을 쿡쿡 찌른다.
전쟁은 항상 비극이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마지막으로 희망을 붙잡는 곳이 병원이라는 사실을 생각할 때, 그 병원이 무너진다는 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이 무너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는 요즘 건강검진을 더 자주 받게 되고,
친구들과는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병원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라는 걸 절실히 깨닫는 시기다.
그래서인지 전쟁 속 병원 붕괴 소식이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것 같다.
중년이 되면서 세상에 대한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젊었을 땐 “내가 뭘 바꾼다고 세상이 달라질까?”란 냉소적인 마음이 컸지만,
지금은 오히려 작은 행동 하나가 중요하다는 걸 믿는다.
댓글 하나, 공유 하나가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 수 있고,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방향은
조금씩 바뀔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가자지구의 상황을 보며, 누군가는 정치적 입장을 따질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고통 앞에서는 이념도, 국경도 모두 부차적인 문제다.
그저 고통받는 사람들을 향한 연민, 공감, 그리고 함께하려는 마음이 먼저일 뿐이다.
그것이 인도주의이고, 나이가 들수록 그런 마음이 점점 더 커지는 걸 느낀다.
어쩌면 이것이 중년의 힘일지도 모른다. 젊음이 행동이라면, 중년은 공감이다.
격렬한 변화는 어렵지만, 조용한 연대는 가능하다.
오늘도 TV 속 뉴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면, 그 감정을 무시하지 말고 지켜봐 주자.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