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라이프 리얼리즘

나의 경계를 지키는 일 - 충고라는 이름의 침범에 대하여

sollomoon 2025. 5. 2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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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살다 보면 우리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수많은 말들을 듣는다.

친구, 이웃, 친척, 동료 등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 말들은 더 날카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특히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나 자녀 교육관, 개인적인 가치관에 대해

누군가가 지나친 조언이나 지적을 할 때, 묘한 불쾌함이 몰려온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기분 나쁜 건, 내가 열등감이 있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자존심이 상한 걸까?

아니면... 그들이 진짜 선을 넘은 걸까?’

이 질문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경계(boundary)’의 문제다.


경계는 왜 중요한가?

심리적 경계란, 내가 나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보이지 않는 울타리다.

이 울타리는 나의 감정, 생각, 가치관, 삶의 선택을 보호해주며 타인의 불필요한 간섭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경계가 없거나 약해질 때, 타인의 말이나 행동은 쉽게 내 안으로 들어와 나를 흔든다.

 

경계가 건강하게 설정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는 있지만,

그것에 의해 쉽게 휘둘리거나 자존감이 흔들리지 않는다.

반면 경계가 불분명한 사람은 타인의 말 한 마디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감정이 요동친다.

중요한 것은, 이런 반응이 무조건 열등감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열등감 vs 자존심 vs 침범

누군가의 충고에 내가 예민하게 반응한다면, 가장 먼저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내가 열등감이 있어서 그런가?’ 하지만 이 질문은 그 자체로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왜냐하면, 어떤 말은 ‘열등감’을 자극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선’을 넘었기 때문에 불쾌한 것이다.

 

열등감은 말 그대로 자신에 대한 낮은 평가에서 비롯된 감정이다.

내가 어떤 분야에서 부족하다고 느낄 때, 누군가의 말이 그것을 건드리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자존감 있게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간섭을 받는다면, 그것은 자존심의 문제일 수 있다. 자존심은 나라는 존재와 내가 선택한 삶에 대한 ‘존중’이다.

그 존중을 위협하는 말이나 태도는 자연스럽게 불쾌함을 유발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어떤 말은, 어떤 행동은 명백히 ‘선’을 넘은 것이다. 상대방이 동의 없이 조언을 한다거나, 평가하거나, 비교하거나, 비판적인 어조로 내 삶을 교정하려 한다면, 그것은 나의 경계를 침범한 것이다. 이 경우, 불쾌함은 나의 ‘심리적 면역체계’가 작동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충고’라는 이름의 폭력

특히 친한 관계일수록 ‘나는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라는 식의 충고가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관심’과 ‘간섭’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조언’과 ‘지적’ 역시 그렇다.

내가 요청하지 않았고, 듣고 싶지 않은 말이라면, 그것은 충고가 아니라 일방적인 감정 투사일 수 있다.

말하는 사람의 욕구는 ‘도움’이 아니라 ‘지배’일 수 있으며 소위 말하는 '가스라이팅'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우리는 종종 예의를 지키기 위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상대의 이런 말들을 참아 넘긴다. 하지만 그 결과, 나 자신이 무너지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때론, “그 말은 나에게 불편하다”는 표현이 필요하다. 그것은 관계를 끊자는 말이 아니라,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기 방어다.


나의 경계를 지키는 법

  1. 불쾌한 감정에 솔직해지기
    누군가의 말이 불편했다면, ‘왜?’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그 감정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것이 열등감인지, 자존심인지, 혹은 실제 경계 침범인지 분석해보는 것이 첫걸음이다.
  2. 경계를 표현하는 연습
    “그 이야기는 지금 듣기 불편하네요.”, “이건 제 방식이에요.”처럼 부드럽지만 단호한 말로 나의 영역을 표현하자. 처음엔 어색할 수 있지만, 반복할수록 자연스러워진다.
  3. 자신의 선택을 존중하기
    내 삶의 주도권은 나에게 있다. 타인의 말보다 나의 기준을 신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타인의 평가에 따라 내 선택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자존감을 지킨다.
  4. 무례함을 허용하지 않기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무례한 말은 무례한 것이다. 정중한 선 그음을 통해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자.

 

 

내가 느낀 불편함은 잘못된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나의 자존감이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는 모두 경계를 지킬 권리가 있고, 나 자신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때론 그 경계를 지키는 일이 관계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지만,

그것은 더 건강하고 진실한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나의 경계를 지키는 일, 그것은 결국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주변에 선 넘는 누군가 있다면 이참에 끊어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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