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변한 가정 5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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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남편과 함께 초밥 뷔페를 먹으러 인천 서구의 가정동을 찾았다.
거의 30년 만이다.
나에게는 아주 오래된, 그러나 여전히 마음 한켠을 따뜻하게 해주는 추억의 장소였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동네.
여름이면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거리, 골목길마다 친구들과 뛰놀던 기억이 서려 있는 곳이다.
하지만 막상 도착한 그곳은 너무도 달라져 있었다. “여기가 가정동 맞아?” 하고 남편에게 물었을 정도였다.
돌아온 대답은 “가정 5거리야.” 낯선 이름, 낯선 건물, 낯선 거리. 그토록 익숙했던 공간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
마음 속에 묘한 허전함이 스며들었다.
가정 5거리에서 백석동 가는 길목, 예전에는 아카시아 나무가 터널처럼 양옆으로 뻗어 있던 그 길도 사라졌다.
지금은 그 길에 고층 아파트와 넓은 도로가 들어섰다.
도시가 발전한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변한 거라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왜 우리는 좋은 기억이 깃든 것들까지 모조리 없애는 걸까? 발전이 과거의 흔적을 모두 지워야만 가능한 일일까?
나는 요즘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나만 그런 걸까? 중년이 되니 유독 과거가 자주 떠오르고, 오래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진다.
어릴 적 먹던 음식, 동네 목욕탕, 여름날의 냉수마찰, 골목에서 들리던 이웃집 라디오 소리…
이제는 모두 사라지거나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리고 그 상실이 마음을 조용히 파고든다.
그날 초밥을 먹으면서 남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도 여긴 여전히 하늘이 넓다”는 남편의 말에 잠시 웃음이 났다. 맞다. 모두 변해도 하늘은 그대로다. 하지만 마음속의 작은 바람은 여전히 있다. 누군가, 무엇인가, 그때의 기억을 조금이라도 지켜줬으면 하는 마음. 향긋한 아카시아 나무 한 그루만이라도 남겨줬으면 어땠을까.
블로그를 쓰며 나는 문득 생각한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또 다른 누군가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혹은 당신의 동네에도 사라진 풍경, 잊혀진 냄새, 잃어버린 골목이 있지는 않은가?
중년의 우리는 그 기억을 지켜줄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사진 한 장, 글 한 줄, 기억 하나라도 담아두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이 단순한 과거가 아닌, 지금도 누군가의 마음에 살아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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